2024년 한국 사회 일자리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지만, 보수신문은 종합적 분석은 하지 않고 재계의 이해만을 앞세우면서 오히려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최근 언론이 전하는 고용 관련 지표는 한국 경제 위기의 본질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반년 이상 직장을 구하지 못한 장기 실업자 비중이 25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지난 8월 기준 실업자 수는 56만4000명이었는데 이중 구직 기간이 6개월 이상인 사람은 20.0%를 차지했다. 한국의 실업자 5명 중 1명은 반년 이상 구직 활동을 하고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인 1999년 8월 이후 최고치다. 장기 실업자 중 20, 30대 청년이 절반을 차지해 장기 실업의 고통이 청년층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쪼개기 알바'로 불리는 주 15시간 미만 초단기 노동자 수도 154만 명에서 201만5000명으로 늘어나는 등 일자리 질도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다. 20~30대 청년들 중 계약기간이 1년 이하인 임시직 비율도 28.3%로 역대 최대 규모로 조사됐다. 중대한 질병이나 장애는 없지만, 일하지 않고 쉬는 사람을 가리키는 '쉬었음' 인구는 10월 기준 244만5000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장기간 일자리를 못 찾은 이들이 이전 직장을 그만둔 이유는 '임시·계절적 업무가 끝나서'란 응답이 26%로 가장 많았으며, '시간·보수 등 작업 여건이 만족스럽지 않아서'가 25%였다.
한국 사회 고용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50대 노동자 월급이 22년 전에 비해 2.1배가 되는 동안 20대 노동자 월급은 1.5배 오르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가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1년 월평균 126만 원이던 50대 근로자의 월급은 지난해 351만 원으로 올랐지만, 22년 전 104만 원이던 20대 노동자 월급은 작년에 230만 원으로 올랐다. 청년들의 경우 시간제·임시직 비율이 높기 때문에 200만원도 안되는 저임금 비중이 58.6%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도 역대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 통계청은 '2024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 형태별 부가조사 결과'를 내놓았는데,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 간 임금 격차는 174만8000원으로 7년 연속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2021년 8월 이후 3년 만에 정규직은 감소했고, 비정규직 비중은 38.2%로 1.2%포인트 올랐다. 비정규직 중 시간제 노동자 비중도 50.3%로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절반을 넘었다.
모든 고용 지표가 우리 사회 일자리 정책이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음을 보여주지만 보수신문이 전하는 해법은 엉뚱하게 세대 갈등을 조장하고 노동조합에 대한 혐오로 가득하다. 재계의 이익만 대변하다보니 현실을 제대로 보려는 저널리스트의 책무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동아일보는 사설 <채용은 줄고 월급은 꽁꽁, 청년 '富의 사다리' 붕괴 막아야>(10/23)에서 “투자의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과감히 풀고, 나이·연차보다 직무·성과에 따라 보상하는 임금제도를 확대함으로써 청년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가 고갈되는 걸 막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서울신문도 사설 <불어나는 장기 백수' 청년들경제 역동성 되살려야>(10/2)에서 “유연하고 다양한 고용형태, 호봉제가 아닌 생산성에 기반한 합리적인 임금체계, 노사 합의에 따른 자율적이고 생산적인 근로시간 운용”을 대책으로 내놨다. 세계일보는 “청년 취업난의 근본 해법은 기업들이 통 큰 투자로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다”라며 ‘기업을 옥죄는 규제 혁파’에 속도를 낼 것을 주문했다. 한국경제신문는 심지어 “획일적 주 52시간 근무제도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심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라고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다. “중소기업 근로자는 초과 근무와 야근을 하지 못해 임금이 줄어들었고, 경영주는 일감이 있어도 일을 시킬 수 없어 애태우는 어이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보수신문들이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해법으로 항상 이야기하는 ‘규제 혁파’란 중대재해처벌법, 주52시간제, 해고할 권리 등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원인과 책임은 항상 ‘철옹성 대기업 노동조합’에게 있단다. 우리 사회 양극화와 불평등이 해결은커녕 더욱 심각해지는 이유 중 하나는 광고주인 대기업 이익 챙기기에만 관심있는 언론의 여론 조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