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백래시 세력의 목소리를 키우는 '스피커' 역할을 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온라인 공간의 비상식적인 주장을 전하면서도 언론이 비판적 점검이나 사실 확인 노력도 없이 '퍼 나르는' 수준의 보도를 한다는 점이다. 언론의 역할을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 지난 12월 8일 한겨레 사설 <'여성혐오 발언' 확대 재생산하는 언론, 부끄럽지 않나>의 일부분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부끄러워 하지 않는 언론’은 곳곳에서 너무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종부세와 복지, 코로나19와 불평등, 최저임금과 차별, 주52시간제와 장시간노동, 중대재해법과 김용균… 언론은 하나의 사안이 터질 때만 우르르 몰려들어 자극적 언어로 갈등을 부추기고 편가르기할 뿐입니다. 언론의 보도에는 사실 확인과 분석이 사라졌습니다. 하나의 기사에 숱한 모순이 들어있고, 같은 날 같은 사안에 대해 서로 다른 사실과 주장이 실리지만 걸러지지 않습니다. 당선이 유력해보이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최저임금제 △주52시간제 △중대재해법 등 기본적 노동권과 관련된 법의 폐지・보완을 주장했지만 어느 언론도 이 주장을 검증하지 않았습니다. 오죽하면 고용노동부가 여러차례 보도자료를 통해 ‘사실이 아님'을 밝혔지만 이를 보도하는 언론은 없습니다. 그냥 기자 개인의 판단과 생각에 의존해 습관적으로 기사를 쓸 뿐입니다. 윤석열 후보의 노동 인식은 언론이 만든 것입니다. 언론이 만든 ‘괴물’은 단지 ‘윤석열’ 한사람에 그칠까요? 세계불평등연구소는 ‘세계 불평등 보고서 2022’에서 ‘한국의 평균 소득은 영국과 이탈리아 등 일부 서유럽 국가보다 높지만 불평등은 이들 나라보다 더 심각하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보고서는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불평등이 악화된 상황에 대해 “필연이 아니라 정치적 선택의 결과”라며 누진적인 조세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지난달 18일 OECD가 발표한 ‘2021 불평등 보고서’를 보면 “불평등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늘어나는데 불평등 해소 정책은 대중적 지지를 받지 못한다”고 합니다. 보고서는 한국을 <불평등에 대한 ‘혼란스러운 인식’을 가진 나라>로 규정합니다. 불평등을 강하게 인식하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 역할에 대해서는 매우 부정적이라는 겁니다. ‘혼란스러운 인식’을 만든 가장 큰 책임은 언론에 있습니다. 우리의 정치 수준에 비추어 ‘정치’는 종속적 변수에 지나지 않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언론개혁 운동은 길을 잃었습니다. ‘형식과 제도’에 매몰되어 ‘본질’을 놓친거죠. 언론노조 강령의 제1조 첫 머리는 ‘우리는 언론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깊이 인식하고’로 시작합니다. 그렇다면, 코로나19로 불평등이 더욱 심해진 우리 사회! 언론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은 무엇일까요? 세계인권선언 73주년을 맞이해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가 던지는 질문입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페이스북에 “여력이 없는 기업들은 발을 동동 굴러야 했고, 근무시간 감소로 월급이 깎여야 하는 근로자들 입장에서는 ‘누굴 위한 제도냐’라는 불만을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죠. 이에 대해 한국일보 김현빈, 이성택 기자는 기사에서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윤후보의 발언이 반(反)노동이라고 볼 순 없지만, 친(親)기업인 것은 분명하다" ‘반(反)노동이라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은 ‘세계 최장의 장시간 노동과 건강권, 세계 최고 수준의 산업재해’라는 현실을 무시한 반(反)노동적 보도지만, 윤석열 후보의 발언이 ‘사실인지’ 검증조차 않는 것이 더 심각합니다. 윤석열 후보의 발언은 52시간으로 노동시간이 제한되고 나서부터 언론이 반복해서 보도한 내용과 동일합니다. 지난 6일 경남신문도 <인력난 겪는 거제 조선산업> 에서 같은 보도를 했습니다. 조선 협력업체의 임금 시스템은 기본급에 잔업수당을 더하는 방식이 기본인데, 일하는 시간을 제한해 놓으니 구직자들이 외면하고 있다는 거죠. 그러면서 “야외 작업이 많은 조선업 특성상 날씨에 따라 작업시간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데 기계적으로 주52시간을 맞추라는 건 현실에 맞지 않다”는 협력업체 대표의 인터뷰를 그대로 보도했습니다. 장시간노동의 문제인 건강권에 대한 근본 인식의 문제는 별도로 하고, 이러한 주장은 사실일까요? 일단 ‘주52시간제 시행에 예외 조항이 없다’는 주장은 현행 근로기준법에 탄력적 근로시간제, 선택적 근로시간제, 사업장 밖 간주 근로시간제, 재량 근로시간제, 특별 연장근로인가제 등 다양한 유연 근로제도가 있으므로 사실이 아니죠. 특별연장근로는 돌발상황 수습이나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 주52시간을 넘어 근로할 수 있게 한 제도인데 10월 26일부터 연간 기간이 90일에서 150일로 확대됐습니다. 11월 3일 경상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날 기준으로 울산에서 특별연장근로 인가를 신청한 기업체는 총 148곳인데, 90일까지 다 쓰고 150일 확대를 신청한 기업은 없습니다. 또한 고용노동부는 통계청 자료를 통해 ‘조선업이 80%를 차지하는 ‘기타 운송장비 제조업’ 5~299인 사업장의 임금이 지난해 같은 기간 기준으로 상반기 2.6%, 7~8월에 5.3% 인상’됐으며, 초과근로시간은 상반기 월평균 19.0시간, 7~8월에는 17.7시간으로 법정 허용 최대 시간에 미달한다고 밝혔습니다. 모든 언론이 반복적으로 보도하는 ‘주52시간제’ 보도는 ‘노동 인식’에 대한 입장 차이를 떠나 ‘거짓 보도’입니다.
사용자의 주장만 앵무새처럼 퍼나르는 언론에게 이 칼럼을 권합니다. ◼︎ 서울신문 - 조세 경쟁력 하락 경고, 허투루 볼 일 아니다 A : 조세도 경쟁을 붙이나? 해서 찾아봤는데, 여기서 인용한 보고서 출처가 us tax toundation 이라는 곳이고, 기업인들이 주도적으로 설립했더라고요. 예산도 주로 기업, 개인들로부터 받아 쓴다고 나오네요
“(언론개혁의) 효율성만 놓고 볼 때 언론사끼리의 비판이야말로 가장 효율적이다. 자신이 남을 비판하는데 자신이 그렇게 할 순 없다. 미디어비평이 서로의 비평을 끌어내고 활성화될수록 언론은 더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다”.
손석희 JTBC 총괄사장이 11월 14일 KBS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질문하는 기자들Q’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미디어비평은 언론시민단체의 모니터와 논평・보고서, 언론사 노동조합의 민실위(공방위 등) 활동, 미디어비평 기사와 프로그램 등을 통해 이뤄집니다. 그럼 현재 우리의 미디어비평 수준은 어떨까요? 매우 부족하죠. 그나마도 대부분 정치 기사 비평입니다. 정작 국민들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경제보도(고용노동정책, 노동인권 보도 포함)에 대한 비평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방송사 노동조합의 공방위 활동도 최근 축소됐습니다. KBS본부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공방위 보고서는 2012년 17회, 2013년 22회, 1216년 8회, 2017년 6회, 2018년 6회, 2019년 4회, 2020년 6회 발표됐고 올해는 지난 3월에 단 1건 발표됐습니다. 그리고 이 기간 동안 공방위 보고서 중 ‘노동’과 관련된 이슈는 단 1건에 그쳤습니다. 이 와중에 의미있는 경제 보도에 대한 미디어비평 기사를 소개합니다. ‘대선에서 사라진 노동담론 복원을 위한 언론인 토크 콘서트’ 세번째 주제는 ‘노동’입니다. 주제 발표는 이재명 후보의 민주당 경선 시기 씽크테크인 ‘세바정’에서 고용 노동정책 책임을 맡은 중앙대 이병훈 교수가 해 주셨습니다. 이병훈 교수는 이날 토크 콘서트에서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해 몇 점을 줬을까요? 음~~~ ‘B-’ ‘미' 다음은 이병훈 교수가 매일노동뉴스가 개최한 <대선 노동 의제 대담>에서 한 발언 중 일부입니다. “그런 아쉬움을 낳은 가장 큰 원인은 실력과 인사라고 본다. 노동이슈는 모두 쟁점이슈다. 저항을 넘어설 수 있는 사람으로 진영을 짜고,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패키지로 임대료·수수료 등 대안을 준비하면서 하나씩 진전시켜 나가며 저항에 대비했어야 했다. 그저 펑펑 터뜨리고, (저항이 크니까) 나중에는 관료들에게 정책을 미뤘다.” 여러분의 후원이 언론을 바꾸는 힘이 됩니다. 노동이 존중받는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LACY톡톡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늘 LACY톡톡은 어떠셨는지 아래 버튼을 눌러 의견을 들려주시면 제작에 반영하겠습니다. 어떤 의견이라도 좋으니 자유롭게 말씀해주세요. 구독자 추천도 환영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