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지방선거가 끝난 다음날 서울신문은 사설을 통해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는 경제활력의 회복에 장애가 되는 규제 철폐”라면서 “당분간은 정치 과잉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고 주문했습니다. 대내외적 위기에 직면한 우리 경제를 살리는 것이 급선무라는 것이죠. 그러나 서울신문의 해법은 ‘눈’과 ‘귀’를 닫아버리고 편견에서 나온 ‘오답’입니다. 지난 2일 추경호 기획재정부장관은 새 정부 들어 처음으로 경제단체장을 만난 자리에서 대규모 규제 완화와 세제 개편을 약속했습니다. 최근 주요 대기업들의 1000조원 투자 약속에 대한 보답인 셈입니다.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 이름하여 ‘민간주도성장’ 시대를 약속했습니다. 규제 완화란 실제로는 감세를 뜻합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2%에서 25%로 인상됐던 최고세율을 22%로 낮추고, 기업상속・기업승계 관련 세금을 줄인다는 겁니다. 종부세와 재산세 등 부동산 보유세 인하에는 여야가 다르지 않습니다. 또 하나는 노동개혁이란 이름으로 포장된 반노동 정책입니다. 주52시간제, 최저임금제도, 중대재해처벌법은 바람 앞의 촛불 신세가 됐습니다. 하지만 감세와 노동시장 유연화로 대표되는 ‘민간주도성장’은 전 세계적으로 이미 실패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세계적으로 금융자유화, 개방화, 작은 정부(감세와 국가 재정 지출 축소)로 대변되는 신자유주의 체제는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이미 작은 정부는 불평등과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경제성장을 위한 기회를 박탈해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세계적인 공감대가 형성됐습니다. 윤석열 정부와 재벌신문·대기업 삼각동맹이 주장하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 불평등이 가장 심한 나라로 평가받는 우리나라의 근본적 모순을 더욱 심화시킬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기업하기 좋은 나라’ 프레임은 브레이크가 없는 기관차와 같습니다. 아무런 견제와 비판을 받지 않은 채 전체 국민의 인식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지난 대선과 이번 지방선거는 그 결과물입니다. 국민의 혼란스런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자본독재에 대한 미디어 비평’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의 미디어 비평은 경제 이슈는 건드리지 못한 채 기득권 정당들의 권력 싸움을 중계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치의 과잉’이 정치 비평의 과잉을 초래하고, 미디어 비평이 정파성 시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악순환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미디어 비평이 ‘혼란스런 인식’에 기름을 끼얹고 있는 셈입니다. ‘자본 권력에 종속된 신문’이 국민들의 인식을 지배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치권력이 결정된다면 우리 사회는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노동인권저널리즘’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지난 5월 24일 삼성, 현대차 등 5개 그룹이 588조원의 대규모 투자를 발표했습니다. 대부분의 신문들이 1면과 2개면 특집 지면을 만들어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죠. 한국일보는 대기업들의 대규모 투자와 관련해 그 배경을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의지에 화답하는 측면이 강하다”고 의미를 부여했고. 세계일보는<‘친기업’ 윤 정부에 화답>이라면서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를 안보동맹에서 경제안보, 기술동맹으로 확대해 기업인들의 경영활동에 날개를 달아주자 이에 화답한 모양새다”고 보도했습니다.
서울신문은 1면 첫 머리를 “‘민간주도경제’ 시작됐다”면서 “정부는 뒤에서 돕고 기업은 앞장서 일자리를 만들어 내며 투자를 해야 한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민간주도 경제 성장 기조에 화답했다”며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다른 관점에서 비판한 언론 보도도 있습니다. 한겨레는 다음날, “불확실성이 커진데다 기업마다 처한 성황과 투자 여건이 다른데 같은날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것이 여전히 우리 기업 지배구조가 후진적임을 보여준다”고 비판했습니다. KBS는 “새정부 출범할 때마다 대기업들은 대규모 투자를 발표했지만 제대로 지켜진 적이 없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보도가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6월 2일 <10대 그룹 직원 100만명인데… 40만명 신규 채용?> 기사에서 대기업들의 1000조원 대규모 투자와 5년간 총 40만여명 고용 약속에 대해 “10대 그룹의 현재 고용 인원이 총 100만명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5년간 40만명 신규 채용은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쉽지 않은 장밋빛 목표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하네요. ◼︎ 경향신문 - 노조 옥죄는 ‘파업 업무방해죄 적용’ 합헌 결정, 아쉽다
‘혼란스런 인식을 가진 나라’에서 언론이 가장 우선 해야할 일은, 정확한 정보의 제공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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