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2대 국회의원 선거(총선)에서 ‘조수진 오보’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 4월 초부터 조수진 변호사 관련 정정보도문들이 몇몇 신문과 통신사에서 나오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조수진 논란 쟁점을 이끌었던 언론사들은 정정보도문을 내지 않고 있다. 만약 ‘조수진 오보’의 정정보도 내용이 진실이라면, 이번 총선에서 서울 강북을 유권자들과 후보직을 사퇴한 조수진 변호사는 파괴적이고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언론 보도로부터 당했다는 뜻이다. 무슨 일이 발생한 것일까? 언론학(journalism)의 기본 정의에 기초해 조수진 오보 사태를 분석해 보겠다.
언론학은 뉴스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뉴스는 허구(fiction)이 아닌 사실(fact)을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비록 뉴스가 사실의 특정 부분만을 ‘두드러지게’ 다룬다는 비난을 받지만, 기자들은 사실을 수집하고, 검증(verification) 과정을 통해 뉴스를 만든다. 검증은 복수의 정보원들과 현장 확인을 통해 완결된다. 검증 절차는 언론사 내부에서도 진행된다. 언론사 내부의 취재·제작 관행을 통해 취재 내용을 재점검한다. 이런 언론사 내부의 검증 절차와 규율을 통과해 탄생한 것이 뉴스다. 즉, 뉴스는 사실에 기반한 사건을 언론 내부의 검증 절차를 통과한 정보라는 점에서 허구와 구별된다.
검증 절차를 통해 객관성을 확보한 뉴스는 현재 민주주의・자본주의 체제와 시민(소비자)을 연결하는 매개 역할을 한다. 시민들은 선거 보도를 통해 유권자로서 정치적 선택과 참여에 필요한 정보를 접하고, 경제 보도를 통해 소비자로서 경제의 흐름을 감지하고 주식 시장의 가격 동향을 파악 또는 예측한다. 즉, 사람들은 뉴스를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정치와 경제 권력과 하나의 공동체를 구축한다. 뉴스에 대한 신뢰도에 기반해 공동체가 형성·유지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뉴스가 검증을 거치지 않은 허위 정보(오보)를 포함하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분명한 것은 우리 사회 공동체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당한다는 점과 오보 피해자의 심각한 인권침해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언론학계는 오보를 사실과 다른 잘못된 보도로, 진실하지 못하고 정정의 소지를 담고 있는 보도로 정의한다. 오보는 여러 경로(정보 수집·전달 과정, 정보의 확인 과정, 정보의 해석 및 기사 작성 과정 및 편집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다. 발생 원인은 기자의 전문성 부족, 사실 확인 소홀, 사실의 과장과 확대 보도, 자의적 정보 선택과 해석 그리고 의도와 감정 개입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즉, 오보는 기자와 언론사 내부의 사실 확인과 검증 절차를 소홀히 할 경우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에 발생한 조수진 변호사 오보 사태는 위에 언급한 내용 중 어디에 속할까? 기사 분석을 위해 언론재단이 운영하는 빅카인즈 (https://www.bigkinds.or.kr/)를 활용했다. 분석 시기는 3월 9일부터 4월 9일까지 30일 동안이며, 분석 키워드는 ‘조수진 가해자’를 사용했고, 분석 언론사는 방송 4사 (KBS, MBC, SBS, YTN)와 신문사 7개 (조선, 동아, 중앙, 한국, 서울, 한겨레, 경향) 등 11개 언론사이며, 자료 수집 기간은 4월 23일부터 28일까지다.
조수진 '성 폭력 2차 가해’ 담론의 생애주기
미디어 담론은 ‘탄생-성장-정점-사멸’이란 4단계의 생애주기를 갖는다. 조수진 변호사 관련 보도를 생애주기별로 나눠보면, 탄생 (3.17)-성장 (3.18~3.19)-정점 (3.20~3.22)-사멸 (3.2~4.4) 순으로 나눌 수 있다. 생애주기별 매체와 보도 내용을 살펴보면, 조선일보 <[단독] 강북을 경선 조수진, 성폭력·미성년자 추행 가해자 변호 이력>, 한겨레 <민주 강북을 경선 조수진, 성범죄자 가해자 다수 변호 논란>, KBS <[단독] 조수진, 초등학생 피해자 성병 감염에 “다른 성관계 가능성” 주장>, 서울신문 <아동 성폭행범 변호 논란 조수진 “아버지 가해자 주장한 적 없다”> 등이다. 조선은 조 변호사가 강북을 경선 후보로 결정된 당일(3월 17일) 저녁 기사를 출고했다. 판결문을 기준으로 작성된 이 기사는 조수진 후보의 성범죄자 변론 이력들을 보도했다. 한겨레는 3월 18일 ‘강간 통념’이란 개념을 덧붙이면서 ‘조 변호사의 성폭행 가해자 옹호 프레임’을 성장시켰다. 정점은 3월 20일 KBS <뉴스9> 보도로, 조수진은 성 인지 감수성이 부족한 ‘패륜 변호사’가 됐다. 3월 22일 조수진 후보는 사퇴했지만, 관련 쟁점들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데일리가 정정보도문 및 반론보도를 내고, 4월 4일 서울신문과 4월 5일 MBC가 조 변호사의 반박을 보도하자 관련 쟁점들은 지면과 방송에서 사라졌다. 조수진 변호사 관련 담론은 정확하게 20일 동안 대한민국 언론계를 뒤흔들었다. 이 기간 동안 우익 보수지인 <조선>과 진보지를 표방한 <한겨레> 그리고 공영방송인 <KBS>는 진영논리를 넘어 ‘조수진 성범죄자 옹호 비판 담론’을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