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경총 보고서 뻬껴쓴 사설
이 두 신문 사설의 ‘작업중지 명령’과 관련된 내용은 2022년 7월 말 경총이 발표한 ‘중대재해 발생시 고용부 작업중지 명령의 문제점 및 개편방안’이라는 보고서를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당시 경총은 보고서에서 “작업중지 명령이 감독관의 재량에 의해 남발되고 있고, 복잡한 해제절차로 작업중지 기간이 장기화하고 있으며, 강력한 제재에 비해 산재예방 효과가 미미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작업중지 명령의 기준 요건을 구체적으로 마련하고 명령절차를 세부적으로 정해야 하며, 작업중지명령해제심의위원회 절차는 삭제해서 작업중지 기간을 단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경총의 보고서는 왜곡과 과장으로 점철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작업중지 범위는 물론이고 명령을 내리는 행위 자체도 감독관 개인이 결정하지 못하며, 작업중지 장기화의 주범이라고 주장하는 작업중지명령해제심의위원회는 사업주의 해제신청이 있으면 최대 4일 안에 반드시 개최하도록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사망 사고가 나자 ㈜한주는 4월 22일 작업중지명령 해제 신청서를 제출하였고, 4월 25일 작업중지 해제에 관한 내·외부 위원으로 구성된 해제심의위원회를 개최해 작업중지명령을 해제했다.
작업중지 기간은 ‘노동자와 정부는 안전을 확인하고 기업은 안전을 약속하는 최소한의 과정’이다. 지난 3년간 작업중지 기간이 평균 40.5일이었던데 비해 한주소금의 작업중지는 10일만에 해제됐다. 이에 대해 전주희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은 경향신문에 쓴 <한주소금의 잃어버린 10일>에서 “작업중지 절차는 유명무실해졌고, 소금 관련 주식은 급등했다”고 밝혔다.
한국경제는 사설에서 작업중지 명령의 문제를 드러내기 위해 ‘3년 전 골재회사’ 사례를 익명으로 언급했다. 이 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 1호 사업장인 ‘삼표 매몰 사고’로 추정된다. 삼표산업이 운영하는 경기 양주시 채석장에서 토사 붕괴 사고가 발생해 작업자 3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한겨레는 지난 2022년 5월 2일 “삼표산업이 채석장 붕괴·매몰 사망 사고 전 퇴사 붕괴 조짐을 인지하고 있었고, 이종신 삼표산업 대표는 사고 직후부터 증거인멸과 허위진술을 진두지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사고 이전부터 해당 흙더미 위를 오가던 트럭이 약해진 지반을 이기지 못하고 뒤집히는 사고가 발생하거나, 비탈면에 금이 가고 사고가 난 지점 인근에서 토사가 무너져내린 적도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골재 수요가 늘어나자 생산량 증대 때문에 위험 요인을 묵인하고 작업을 지속하다 사고가 난 것이다. 한국경제는 사설에서 “5개월 넘는 작업중지로 건설업체가 공사를 진행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밝혔다. 사고 이후 삼표산업은 작업중지 해제를 신청한 지 세 번 만에 겨우 통과했는데, 그 이유는 재발방지를 위한 개선안이 미흡했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잠수 사망 사고', 언론의 책임은?
2021년 전남 여수에서 현장 실습생이었던 故홍정운 군이 잠수 도중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올해 1월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조선소에서 선체 이물질 제거를 위해 잠수 작업을 하던 작업자가 사고로 숨졌으며, 한주 잠수사 사망 사고가 발생한 며칠 뒤인 5월 9일 현대삼호중공업 하청업체 노동자인 스물둘 청년 이승인 군이 잠수작업 도중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계속되는 잠수 사망 사고의 공통된 점이 있다. 2011년 산업안전보건공단이 마련한 '잠수작업 안전기술지침'에 따르면 최소 3명이 작업을 해야 한다. 바다 위에서 작업을 감독하는 잠수감독관, 잠수사의 안전을 근거리에서 책임지는 보조사, 그리고 잠수사가 3인 1조다. 현대삼호중공업 사고 당시 현장에는 잠수작업자 4명에 감시인은 1명뿐이었음이 밝혀졌다. 하지만 언론이 ‘소금대란’ 소동을 벌인 한주 잠수 사망사고는 아직까지 알려진 것이 없다. 언론의 호들갑 덕분에 ㈜한주는 ‘조건부 해제’라는 묘수를 통해 10일 만에 ‘소금대란’ 소동에서 벗어났지만, 또 다시 잠수 노동자의 ‘안전하게 일할 권리’는 사라지고 꽃 같은 젊은 청년이 집으로 돌아기지 못했다. 아무리 기업의 입장에서 생각한다해도 '소금대란', '작업중지 조기 해제 주장'을 사설로 펼치려면 사고 원인,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한 취재 및 판단 등 최소한의 논리적 근거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아래 이미지는 경향신문에서 가져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