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 사실성‧윤리성‧이데올로기 검증 … 선거 정보는 없고 갈등과 성폭력만 부각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성범죄자 변호' 조수진 변호사에 관한 보도 내용을 분석한다. 담론 분석을 통해 이전 뉴스레터에서 지적한 '조수진 오보' 가능성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할 것이다. 분석의 주요 질문은 '조수진 선거 보도는 공정했는가?'이다. 보도의 공정성을 평가하기 위해, 언론학자 강명구(1989)가 제시한 평가 모형과 함께, 바넷(bennett, 2001)이 제시한 정치 뉴스 정보의 편향성 개념도 고려할 예정이다.
보도의 공정성은 뉴스의 사회적 기능인 정보 제공에 매우 중요하다. 산업혁명 이후 등장한 대중매체인 언론은 사회 체제와 구성원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정치 보도는 정부의 정책과 선거 동향, 경제 보도는 국가 생산력과 노동시장 동향, 사회 보도는 공동체 구성원들의 행동과 생각을 알려준다. 사람들은 보도를 통해 특정 사안에 대한 정보를 '인지'하고 '공유'하면서 사회적 의미를 형성한다. 이러한 의미들은 구성원들의 기준이 되어 사회적 정체성을 형성한다. 따라서 뉴스 사회학자 터크만(Tuchman)은 뉴스를 '사회가 함께 만들어 낸 공적 지식(public knowledge)'이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그는 보도의 공정성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뉴스는 언론사의 제작 관행에 따라 '만들어진 현실'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터크만은 보도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뉴스 담론을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명구(1989)는 보도의 공정성은 사실성‧윤리성‧이데올로기 검증을 통해 평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강교수는 사실성 검증은 보도 내용의 정확성과 균형성으로, 윤리성 검증은 언론사 내부의 도덕적 자각과 윤리적 능력의 소유에 따른 합법성과 윤리성으로, 이데올로기 검증은 보도된 사회 현상의 전체성과 역사성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검증 요소들은 독립적으로 또는 복수로 적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면, 사실 검증이 부실해서 발생한 오보의 경우 사실성과 윤리성 검증에서 보도의 공정성에 어긋난 것이다. 파편적이고 인물 중심의 뉴스 형식을 띤 보도는 이데올로기 검증에서 전체성과 역사성을 무시한 보도라는것이다. 전체성과 역사성은 보도된 사회 현상을 우연한 사건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사회 전체의 불평등한 권력 관계 속에서 파악하는 동시에 역사적 변화의 한 양상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뉴스의 사회적 측면에서, 강 교수의 보도 공정성 평가 모형은 바넷(Bannett)의 연구 결과와 접목할 수 있다. 바넷은 뉴스 정보의 편향성(bias)이란 개념을 통해, 뉴스 보도의 표현 방식이 보도의 사실성, 윤리성, 이데올로기를 얼마나 훼손할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상업적 미디어 시스템은 정치 보도의 표현 방식을 권력과 과정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위기를 조장하거나 극적으로 표현될 수 있는 서사구조 방식을 찾아 나선다고 주장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뉴스 정보를 파편화하여 사회와 정치 체제에 대한 구성원들의 불안감을 키운다고 설명했다.
조수진, 몰아치기 보도 관행에 스러지다
한겨레는 지난 3월 22일 발표된 ‘뉴스 브리핑’ 코너에서 보수와 진보 언론 모두 조수진 후보를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조수진 변호사는 성폭행 가해자를 변호하면서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했으며, 블로그를 통해 ‘강간 통념’을 홍보한 조수진 변호사가 ‘국회의원 자격’이 있는지 묻고 있다고 덧붙였다.
과연 그럴까? 조수진 관련 보도가 ‘국회의원 자격’을 묻는 보도인지 아니면 ‘조수진 낙마’ 목적의 ‘몰아치기’ 보도였는지 살펴보자. 이를 위해 강 교수가 지적한 보도의 공정성 첫 번째 요소인 사실성을 정확성과 균형성 차원에서 담론 분석했다. 정확성 검증은 첫 보도 분석, 주요 정보원 발언, 조수진 연관어 분석이다. 균형성은 여당의 성범죄자 변호 논란에 대한 보도가 조수진 보도만큼 진행됐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대형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각 언론사의 첫 보도는 사건의 성격을 규정한다. 조 변호사는 공천이 확정된 3월 17일 밤부터 3월 22일까지 6일 동안 ‘언론의 몰아치기’ 보도 관행에 노출됐다. <조선>이 <[단독] 강북을 경선 조수진, 성폭력·미성년자 추행 가해자 변호 이력>이란 제목으로 ‘몰아치기’의 포문을 열었다. 보도된 내용의 출처는 모두 판결문이었다. 조선은 미리 기사 작성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론된다. 나의 취재 경험상 경선이 끝나자마자 판결문을 확보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조선>이 시작한 ‘조수진 죽이기’ 바람을 진보를 표방하는 <한겨레>가 <민주 ‘강북을 경선’ 조수진, 성범죄 가해자 다수 변호 논란>으로 받았다. 그 이후 보도는 몰아치기 수준이 아니라 폭풍이었다. 이 과정에서 판결문은 조수진 보도에서 표준 교과서처럼 작용했다. 또한 성폭행 피해자 변호사의 진술, 여성단체 성명서, 그리고 진보적 학자들의 발언 등이 기사에 인용됐다. 특히, <조선>과 <중앙>은 다른 신문과 달리 성적인 표현을 과다하게 사용했다. 전형적인 선정주의 언론, 엘로우 저널리즘의 전형이었다. 신문과 달리 방송사는 첫 보도가 조금씩 달랐다. KBS는 친부 성폭행 가능성 <조수진, 초등학생 피해자 성병 감염’에 “다른 성관계 가능성”>을, MBC는 조수진의 사과문 <‘성폭력 피의자 변호’ 조수진 변호사 “국민 위한 공복으로 다시 태어나겠다”>을, SBS는 조수진의 정치적 미숙함 <박용진 꺾은 조수진 “유시민이 ‘길에서 배지 줍는다’ 반농담”>을, YTN은 여야 정치 공방 <귀국한 이종섭 대사 … 여권 내부 “자진 사퇴” 목소리도>로 보도했다. 이후 보도들은 약간씩 차이를 보였다. KBS와 YTN은 민주당과 조수진을 묶어서 ‘성범죄자 보도’를 했고, MBC는 쟁점과 거리두기의 경향성을 보였다. SBS는 여야 공방 프레임으로 전환했고, YTN은 조수진 후보가 사퇴하고 난 뒤 오보로 확인된 내용을 뒤늦게 집중 보도했다. 이후 SBS와 YTN은 조수진과 이종섭 호주대사 귀국을 묶어 한 기사로 보도하면서 ‘논란’ 기사로 처리했다. 흥미롭게도 MBC는 4월 5일 조수진 변호사의 오보 주장을 <“논란의 변론, 제 발언 아냐” 조수진 반박…일부 언론 ‘정정보도’>로 보도했다.
두 번째는 신진희 변호사 발언의 인용 여부다. 신 변호사는 피해자 2차 가해 논란의 핵심 취재원이다. 조수진 변호사는 신 변호사의 발언에 근거한 2차 가해 가능성을 강력하게 부인했다. 즉, 신 변호사는 이번 오보 사태의 핵심 정보원이라 할 수 있다. 경향‧한겨레‧KBS‧MBC가 그의 발언을 인용했다. 신 변호사의 발언을 인용한 내용은 조금씩 다르다. <경향>은 조 변호사가 여성 후보 가점을 받은 부분을, <한겨레>는 ‘조 변호사가 근거 없는 주장으로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점을 부각했다. <KBS>는 조 변호사의 제3자에 의한 성폭행 가능성 주장에 대한 정보원으로 2번 인용했고, MBC는 성범죄 가해자 변호 이력 보도에서 인용했다. 흥미롭게도, 그 외 언론사들(조선‧동아‧서울‧한국‧SBS‧YTN)은 신 변호사의 발언을 직접 인용하지는 않았다. <중앙>만 KBS 보도를 인용하면서 신 변호사의 발언을 재인용했을 뿐이다. 다시 말하면, 조수진 오보 사태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 4개사 중에서 <조선>을 제외한 <한겨레>·<경향>·<KBS>가 신진희 변호사의 발언을 적극 활용했다.
세 번째로는 조수진 기사와 함께 검색되는 연관어들이다. 조수진과 관련하여 검색되는 인물들은 여당에서는 한동훈, 원희룡, 국민의힘 공보팀, 이종섭 관련자들이며 야당에서는 박용진, 이재명, 안규백, 이재정, 박원순, 김용민 관련자들이다. 이들 인물들과 함께 언급됨으로써, 조수진은 세 가지 종류의 보도 프레임 속에서 언급되었다. 첫 번째는 조수진을 통해 민주당의 부실 공천을 강조하는 '비명횡사, 친명횡재' 프레임을 구축하고자 했으며, 두 번째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의 부도덕성을 비판할 때마다 조수진이 언급되었다. 마지막 프레임은 민주당의 내부 분열과 위선을 강조하는 보도의 틀을 조수진과 관련시켰다.
마지막으로, 조수진 관련 보도가 국회의원 자격을 논의하는 내용이었다면, 여당인 국민의힘 법조인 출신 후보들에 대한 '성 범죄자 변호 이력' 보도와의 균형성을 고려해야 한다. 민주당은 해당 내용에 대한 입장을 밝혔지만, 이를 인용한 보도 매체는 <MBC> 등 일부 극소수에 불과했다. 성범죄자 변호 이력을 가진 여당 변호사들에 대한 보도량은 조수진 변호사에 비해 현저히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