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대 대선의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는 ‘노동’ 이었습니다. 여야 후보 가릴 것 없이 누구나 ‘최저임금 1만 원'을 이야기했고, 문재인 정부는 ‘노동 존중 시대'를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20대 대선에서 ‘노동’은 사라졌습니다. 심지어 제1 야당인 국민의힘 후보들은 '최저임금제 폐지', '해고할 자유', '노동조합 해체' 등 반노동적 정책을 공공연하게 내세우고 있습니다. 정부 여당은 ‘노동’을 거론조차 하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노동’은 사라져도 될까요? 현장실습생 신분으로 잠수 작업을 하던 열여덟 살 홍정운 군이 무거운 납덩이를 매단 채 바닷속으로 끌려가 숨졌습니다. “어떻게 손님을 태우고 요트를 운행할 수 있어요!”라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홍 군의 친구들에게 우리 언론은 무엇을 이야기해야 할까요? 언론은 ‘계급적 차별’을 ‘공정’으로 둔갑시키는 데 일등 공신이었으며, 자본의 나팔수를 자임하고 있습니다. 정치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는 넘쳐나지만 경제권력 감시는 느슨해졌습니다. 장기화된 저성장과 고령화와 인구 절벽으로 ‘노동’은 더욱 중요해졌고, 플팻폼 노동의 확산은 전통적인 근로계약을 해체하며 노동권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사회 양극화는 더욱 심해지고 노동시장의 불평등은 고착화했습니다. 당연한 것처럼 인식되었던 비정규직 차별 철폐, 양극화 해소, 복지사회 등 공동체적 삶을 위한 사회적 합의는 ‘공정’이란 이름에 밀려날 위기에 놓였습니다.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 언론은 ’노동 담론‘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를 만들며 가졌던 근본적 질문입니다. 그리고 이제 그 질문의 답을 내놓습니다.
‘노동이 사라진 대선, 노동 담론 복원을 위한 언론인 특강’을 시작합니다.
공기업 적자가 정규직 전환 때문이라는 조선일보의 거짓말! (천민적 자본주의에 기생하는) 언론이 ‘노동 이슈’에서 미신이나 주술과 같이 습관처럼 반복하는 주장들이 있습니다. 그중의 하나가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으로 청년 채용이 줄었다’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공정’ 프레임의 배경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말이죠. 이들 언론의 주장은 조금만 시간을 들여 확인해 보면 모두가 ‘거짓’입니다. 조선일보는 지난 5일 <공기업 영업이익률 5년 새 3분의 1 토막> 에서 지난 5년간 공기업 실적을 분석하는 보도를 내보냈습니다. 그런데 또다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 탓을 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가 기사에서 언급한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경우 영업 이익이 적자로 돌아선 이유는 사업 수입이 2016년에 비해 무려 57%가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이유는 분명하죠. 코로나 팬데믹 때문입니다. 조선일보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영향을 미쳤다고 하지만, 민간 용역 신분이었던 비정규직 노동자 대부분은 자회사 소속으로 전환됐습니다. 2020년 12월 기준으로 자회사 인원은 9,272명입니다. 이들의 급여는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인건비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공공기관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정원에서 일반 정규직과 구분됩니다. 무기계약직으로 불리는데요, 공무직이라고도 합니다. 급여와 복리후생비에서 정규직 기준과 다른 별도의 임금 체계가 적용됩니다.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공시족’들은 이 무기계약직과 관련이 없습니다. 조선일보가 또 하나의 사례로 언급한 ‘한국마사회’는 어떨까요? 한국마사회는 대부분의 수입이 마권 판매 수입인데, 2016년에 비해 무려 6조6,616억원이 감소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경마가 중단됐기 때문이죠. 인건비는 2016년에 1,322억원이었고 2020년에는 1,356억원입니다. 차이가 없습니다. 조선일보는 2018년 초 경마지원직 5,000명을 한꺼번에 정규직으로 전환했기 때문에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섰다고 하지만, 이것도 모두 거짓입니다. 정규직으로 전환된 무기계약직은 1,850명이 남았고(2021년 6월 기준) 이중 단시간 노동자가 1,648명으로 이들의 월 급여는 68만원에 불과합니다. 더 큰 문제는요. 이런 거짓 주장을 조선일보만 하는게 아니라는 거죠. 그리고 어느새 이런 거짓 주장이 ‘공정’이란 이름으로 바뀌어 연대를 파괴하고 갈등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부탁드릴게요. 제발, 방송 뉴스에서 이 거짓말을 좀 보도해 줄 수 없을까요? [동아일보]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 사상 처음 10%대로 하락
[한겨레] 남겨진 친구들
[한국경제] 9년 뒤 서울의 1.1배 태양광, 친환경 탈 쓴 환경파괴다
언론개혁 길 보여준 '진짜뉴스’ 8 YTN은 지난 9월 27일부터 7차례 연속 보도를 통해 학교의 당직 노동자, 요양보호사, 국립중앙박물관・우정사업본부・중학교의 비정규직 노동자, 성북구청 용역 노동자, 다문화센터 통・번역 이주노동자, 장애인 노동자, 이주어선원 노동자들을 만났습니다. YTN은 이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거나 법에서 정한 휴일근로수당, 시간외근로수당을 받지 못하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보도했죠. 대통령 선거를 맞아 언론은 온통 정치인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중계 보도하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 정치인들의 ‘말’ 속에는 겉으로만 필수 노동자들이라 치켜세우지 노동자들의 삶과 고통은 찾을 수 없습니다. 모두가 ‘권력’을 향한 욕망으로 가득 차 있을 뿐이죠. 언론과 정치평론가들에게 ‘대통령 선거’는 그저 ‘대목 장사’에 불과합니다. 모두가 돈벌이에만 정신이 쏠려 있습니다.
모두가 ‘대목 장사’에 몰두하고 있는 지금!
YTN의 ‘임금 사각 지대에 놓여 있는 노동자들 연속 보도’가 이들 노동자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언론개혁이란 무엇일까요? 어려운 조건에서도 ‘진짜 뉴스’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진짜 저널리리스트’를 격려하고 지지하는 일이 '언론개혁'의 시작입니다. Lacy TV는 휴업 중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를 그만두고 1년 동안 공장에서 일을 했습니다. 어느날 문득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생각에 오랫동안 맘을 잡지 못했습니다. “방송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벗으로 살아야지” 그런데 맨입으로 살아갈 수는 없었죠. 고민 끝에 난생처음 누님들께 긴 편지를 썼습니다. 남들은 철들 때에나 가족에게 털어놓는 속마음을 철 지나 뒤늦게 내보였죠. 이제 2년이 지났습니다. 남들은 2년 동안 제 혼자 힘으로 버텼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드러내지 않고 지원해 준 선배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MBC 계약직 아나운서분들이 복직하면서 전해 준 후원금도 큰 힘이 됐습니다. 그 이외에도 많은 분들이 격려해 주고 도와줬습니다.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대놓고 후원 요청을 못했습니다.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기 때문이죠.
과연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는 대놓고 후원을 요청할 만큼 가치가 있는가? 네. 꼭 필요한 일입니다. 이제 ‘대놓고' 부탁드릴게요. “후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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