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누군가 그러더군요. “너 하는 일이 아무 영향도 미치지 못해.” 이 이야기를 듣고 나서 지난 한 달 동안 의욕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래 맞아. 내가 하는 이 일이 무슨 의미가 있지?” 어느 순간 머릿속을 차지한 이 물음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추석 연휴가 지나면 나아지겠지 생각했지만 마찬가지였습니다. 한빛센터를 그만두고 가구 공장에서 일하던 중 ‘이대로 끝내기에는 지난 내 삶이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노동인권저널리즘’이 노동에 폭력적인 우리 언론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아직까지 머릿속을 차지하고 있는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어제 저녁 인터넷에서 ‘던킨도너츠 제보 영상이 조작됐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기사에 딸린 댓글을 보다 숨 쉬기가 힘들어졌습니다. 댓글들은 모두 민주노총에 대한 분노와 저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이걸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답답한 가슴은 오늘 아침 KBS 보도를 모니터하며 풀렸습니다. KBS는 제보자를 익명으로 보도하였고, 사측의 조작 의혹에 대한 입장을 확인하며, 다른 동료 노동자와 전문가의 입장을 함께 보도했습니다. 공익 제보자의 보호 의무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면서 사측이 제보자의 출근을 막았다는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공영방송 KBS는 ‘던킨도너츠 제보 영상 조작 의혹’에 대해 취재 윤리를 지키고 노동 인권을 존중하는 보도를 한 셈이죠. 이런 보도가 제가 생각하고 있는 노동인권저널리즘입니다. 언론노조와 현업단체가 언론개혁을 위한 방법 중의 하나로 ‘언론 자율 규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유독 자본 권력에 무릎 꿇은 언론에 대한 감시와 비판, 투쟁을 하지 않은 채 이들과 함께하는 자율 규제가 가능할까요?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일 뿐입니다. ◼️ KBS - SPC “주걱 두드려 일부러 방울 떨어뜨린 것” 수사 의뢰 (기사원문보기) ◼️ 조선일보 - 던킨도너츠社 “기름때 반죽 영상은 자작극” 민노총 지회장 고소 ◼️ 매일신문 - "민노총이 '던킨 기름때' 영상 조작?"…비알코리아, 경찰 수사 의뢰 ◼️ 서울경제 - "민노총 지회장이 던킨 반죽에 기름때 묻혔다"···비알코리아, 제보 영상 조작 수사의뢰 ◼️ 매일경제 - "민노총 직원 기름 고의로 넣었다"…던킨도너츠, 경찰 수사 의뢰했다 ◼️ 한국경제 - "민노총이 던킨 도너츠 '이물질' 제보 영상 조작" ◼️ 노컷뉴스 - '조작' 정황 던킨도너츠 공장 위생 폭로 영상, 숨겨진 진실은? 휴대폰 퇴출이 산업 현장 정상화? 국내 첫 상생형 일자리 모델로 평가받는 광주글로벌모터스에는 노조가 없습니다. 기업은 낮은 임금으로 노동자를 고용하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주거, 복지 보육시설 등의 복리 후생 비용을 지원합니다.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이죠. 귀족노조라며 완성차 노동조합을 공격하는 언론에게는 아주 좋은 취재거리입니다. 하지만 과유불급입니다. 매일경제는 사설을 통해 ‘광주글로벌모터스 노동자들은 휴대폰을 갖고 작업장에 들어갈 수 없다’면서 “휴대폰을 퇴출시키는 일에서부터 산업현장이 정상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불과 얼마 전 이천의 쿠팡 물류센터 화재 사건에서 국민들의 가장 큰 분노를 일으킨 일 중 하나가 '휴대폰 휴대 금지'입니다. 쿠팡의 반인권적 노동 통제의 대표 사례를 전체 산업현장으로 확대해야 한다니... 모든 산업 현장을 반인권적 노동 통제 현장으로 바꾸자는 건가요? 매일경제 사설에서 언급하는 ‘동영상을 보며 자동차를 조립하는 완성차’는 현대자동차입니다. 궁금해서 현대자동차 노조 간부에게 물어봤습니다. “현대자동차는 개인에게 장갑 등 소지품을 보관하는 작은 테이블을 지급하고 있다. 여기에 핸드폰을 놓고 일을 한다. 일하다 보면 가끔 ‘피치’가 뜨는데 젊은 친구들은 30~40초 가량 핸드폰을 보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서 이런 말도 합니다. “한번이라도 컨베이어 작업을 해 보고 그런 주장을 하라. 자동차 조립 작업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생산현장도 사람이 사는 공간이다. 가족이나 지인이 다급한 연락이 올 수도 있고 안전재난 문자도 휴대전화로 전송하는데,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휴대전화를 만지면 안 된다는 기준은 누가 세웠는가.” 귀족노조라고 공격받는 현대자동차 노동자가 언론인에게 하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반값 일자리, 무노조 노동 통제' 다른 말로 '착취' 환경 확산을 위해 그렇지 않은 보편적 환경의 노동자들을 악의적으로 비난하는 것이야말로 부도덕하고 비인도적이다. 노동자의 의무를 강조하기 이전에 사회적 영향력을 가늠하기 어려운 언론인이 지켜야 할 도리와 의무를 먼저 따져볼 일이다.”
[YTN] (뉴있저) '1차 접종 70%' 달성...최대 걸림돌은 언론보도?
얼마 전, 언론노조와 함께 <2022년 예산안 보도 긴급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대부분의 언론이 ‘국가 부채 1000조’, ‘슈퍼예산’, ‘퍼주기’ 등 선정적인 단어를 사용해 국가 재정 위기를 부추기는 보도를 했습니다. 이러한 보도는 코로나19라는 재난을 맞아 더욱 심해진 불평등을 외면하고 사회연대를 파괴하려는 악의가 숨어 있는 ‘가짜뉴스’들입니다. 반면에 MBC의 이번 연속 보도는 언론과 정치권이 외면하는 ‘증세’ 이슈를 다루면서 세계적 흐름과 동떨어진 우리 사회의 수준을 그대로 드러낸 좋은 뉴스입니다. 코로나19 위기에서 다른 나라들은 천문학적인 국가 재정을 투입해 불평등 해소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 같은 세계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우리만 ‘우물안 개구리’가 되어 버린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진보진영의 무능이 일차적 이유겠죠. 그리고 중요한 것이 바로 ‘자본 권력에 종속된 언론’입니다. 일부 언론을 제외한 대부분의 언론은 ‘자본’의 나팔수일 뿐입니다. 그리고 이들 언론의 보도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따라가는 관료와 정치권은 이들 언론과 한통속일 뿐입니다. 이것을 은폐하기 위해 언론은 ‘정치뉴스’에 몰빵하고 있는 거죠. 국민을 ‘정치 게임’이란 마약에 취하도록 하는 겁니다. [MBC] 유튜브 제작이 개점 휴업 상태입니다. 사실은 지난 8월 공공상생연대기금 공모 사업에 신청했는데 떨어졌습니다. ㅜㅜ 남들에게는 ‘선정되기 어렵다’고 했지만 많은 기대를 했었죠. 지금까지 유튜브 제작은 CG 편집의 역할이 90% 비중이었습니다. 작년에 MBC에서 희망퇴직한 분이 자원봉사로 만들었는데 계속해서 자원봉사로 제작할 수는 없죠. 누구는 아무나 쉽게 만들 수 있는 게 ‘유튜브’라고 하지만, 만들려는 콘텐츠가 ‘보도 비평’이다 보니 쉽게 제작할 수 없었습니다. 최소한 1주일에 1회는 제작을 해야 하는데, ‘쉽게’ 제작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인 ‘머니’입니다. ‘만배형’을 찾아가 볼까요? ㅜㅜ 이제껏 도와달라는 부탁을 하지 않았는데, 이제부터는 좀 귀찮게 하려고 합니다. “도와주세요” “후원해 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이 언론을 바꾸는 힘이 됩니다. 노동이 존중받는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LACY톡톡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늘 LACY톡톡은 어떠셨는지 아래 버튼을 눌러 의견을 들려주시면 제작에 반영하겠습니다. 어떤 의견이라도 좋으니 자유롭게 말씀해주세요. 🙂 |